손이 아프다
요즘에는, 더는 사용하면 안 되겠다 싶을 정도로 손이 아프다
그런데 일단은 방도가 없어서 그냥 글을 쓰고 있음
가끔 손, 손목, 어깨 같은 곳이 아프면 인간이 이렇게까지 자신의 뼈를 인식할 수 있었구나 하는 감탄을 하게 된다
지난 해 어느 날 갑작스럽게 날갯죽지가 아프기 시작한 뒤로, 겨울로 가는 환절기에 꼬리뼈가 아팠고 지금은 다시 손목과 손 어깨가 아프다
솔직히, 암으로 자궁을 떼어내야 할 때는 힘들다는 생각 때문에라도 그게 답이 되었다
경구 항암제 투약량을 더 늘리면 완전히 조져지게 될 것 같았고(하루에 32알 먹어야함ㅋㅋ) 간헐적으로 있는 복통이 상당히 힘들었었으니깐...
그 일은 나한테 있어서 자식이라는 존재와 입양에 대해 공부하게 하는 계기이기도 했고
그런데 지금은 방도가 잘 안 보여서 손을 관리해야 할텐데 어렵다
옛날엔 아대 좀 쓰면 나았는데 요샌 답이 없음
손목이 아프기 시작한 건 전업으로 일하기 시작하면서부터니까 4년 됐다
원래도 글을 많이 쓰는 편이긴 했는데, 1화 7천자짜리를 한달간 계속 쓰고 있으려니까 어느 날부터 '글만 써도 손목이 아프다'라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저소음 적축으로 키보드를 바꾸고 손목 받침도 쓰면서 나아졌었는데...
요샌 게임 핸드폰 타자 이렇게 세개때문에 역시 조져지는군아 싶기도 하고 그렇다
병원에 가면 나아질 것인가 ...
물론 난 전업으로 일하면서도 큰 돈은 벌지 못했다
내글을 직접 편집하면서 받은 편집비랑 은사님이신 출판사 사장님이 잘 챙겨주신 선인세가 전부다
실은 편집을 내가 하고 돈을 받은 것조차도 은사님이 나를 가엾게 여겨서 기회를 주신거란거 안다
자기 글을 자기가 편집하고 편집비를 받는단게 출판사 입장에선 얼마나 아까운 얘기일지.. (근데 아마 내가 국문과 출신이라서도 가능한 일일 것이다) 진짜 가엾게여겨서 주신 기회다 이건
나랑 같은 반에서 웹소 작가를 준비하던 사람들은 절반 이상이 아마 성공한 것같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아마 그 글로는 평생이라는 세월을 보내도 선인세를 까긴 어려울 것이다
타인의 성공을 보면 자신도 노력하고 열심히 해야 제대로 된 인간일 것이다 그런데 나는 타인의 성공은 그냥 타인의 성공으로 보인다
세상을 벗어나고 싶냐고 묻는다면, 병 때문에 수술한 직후엔 그랬었고 그때는 실제로 자살 시도도 몇번 했었다
그때 멘탈이 안 좋아서 아버지하고도 연락을 했었던 시기니까 말 다했다 (이 블로그를 처음 만든 시기도 그때임)
그 시기를 넘기고 나니까 정말 무심해졌다
뭣보다도 기억력이 좆밥이 됐다
기억력이랑 단어 헷갈리는 건 정확히 전신마취 + 수술 이후부터 나타난 증상이다
어차피 까먹을 거니까 집착도 안하고 그러려니 한다
그리고 이제 내년부터 재입학으로 대학을 졸업하러 가는데 인생 딱히 나아지는건 없겠으나 고민은 많다
아플때 좆밥이 된 체력은 정말 이젠 복구가 안 된다
하지만 이제는 정신과도 안 가고 잠도 걍 자고 세상에도 무관심해졌으니까 솔직히 좋고
서른다섯이 되기 전까진 뭔갈 이뤄야겠다고 생각한다 역시 자식이 있는 인생이 나의 목표인듯하다
아니면 자식같은 뭔가가 있거나... 제자라거나 ... 솔직히 인간이 아닌 창작물이나 동물은 자식만큼 느껴지진 않는듯
동물도 예전에는 막 길가는 짐승 한 마리까지도 연약하게 보였는데 이제는 내 반려동물 말고는 감정이 안 생긴다
나의 감성은 역시 호르몬의 농간이었던 것이다
엄청나게 감성적인 사람이 있다면 호르몬 검사를 잘 받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문제는 이제 감성적으로 변할 때가 잘 없어서 막 갑자기 솟아나는듯 울컥하는 글을 전혀 못쓴다
이제는 생각하고 계획으로 노력하며 써야함
문제는 손이 아프다는 거다
왜 멍청할 때는 몸이 건강하고 좀 세상에 맞게 변하니까 반병신이 되어가는건지 잘 모르겠다
이런게 인생인 거겠지...
이렇게 말을 길게 썼지만 머리에 남는 생각은...
리얼포스를 살까? 하나 뿐이다
요샌 글도 주절주절하면서 의미없고 잔인한 것들을 쓰고
캐릭터들은 솔직히 아파서 감성적일 때보다 더 미친놈들 뿐...(ㅋㅋ)
인생의 재미는 컴퓨터 조립 컴퓨터 청소 키보드 청소와 먹는약 소분하기 그리고 키트 까기 밖에 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
그래도 요샌 열심히 살아보려고 한다
년초라서 그런지 인터넷 사이트에 '삼십대 히키코모리...'같은 글이 올라오면 갑자기 죄지은 기분이라서 자리에 앉아서 메모지에 붕어빵 구매 이런 계획이라도 쓰고 밖에 나가게 됨
열심히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