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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이호연-12
2022. 10. 6. 15:56
내가 지금까지 긴 나이를 살아온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가장 상처를 받았던 경험이나 내가 상처를 주거나 곤란했던 일들이 있다면
전부 말에 관련된 것 같다.
말은 누가 하는건가? 사람이 하는 거다.
아예 고양이나 개와 사람처럼 언어가 통하지 않으면 상처를 줄 일도 없겠지.
말이라는 건 참 아프다.
말 한 마디에 십여 년의 상처가 치료되기도 했다가, 말 한 마디에 이십 여년을 안고 갈 상처가 생기기도 한다.
양 끝에 날이 달려 있는 가시 투성이 검 그 자체다.
그걸로 남을 찌르는 사람은 아마 자신도 많이 찔려보았을 것이다.
나는 오래 전에 사이버불링을 당한 적이 있는데, 이 게시글은 그때 내가 왜 더 조리있게 말하지 못했나 하고
잘 이야기할 내용을 생각하고 나름 '일침'을 놓으려다가 쓰게 됐다.
내게 중요한 건 아마 과거에 있었던 일을 반추하며 마음 속으로만, 실제로는 더 이상 날릴 수 없는 일침을 날리는 것보다
앞으로 말로 남을 상처입히지 않는 일일 것이다
남은 시간을 더 고통스럽지 않게 살고 싶다
나는 회피 만능주의자가 맞는지도 모른다
피할 수 있는 고통은 모두 피하자는 마음가짐이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