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기아의 낭만
2021년도 KBO 리그에서 기아 타이거즈는 9위를 했다.
전국에 총 10개 구단이 있으니, 뒤에서 2등을 한 셈이다.
그나마도 중반기에는 한화와 꼴지 경쟁을 다툴 정도였다.
고교 야구 유망주인 모 선수의 이름을 따 ㅇㅇㅇ리그라 부를 정도였으니, 그 수준이 얼마나 처참했는지는...
사실 보지 않았으면 잘 모를 것이다.
그리고 나는 21년도의 야구를 거의 빠지지 않고 다 본 사람이다.
왜 그랬느냐고 하면, 이유는 딱히 없다.
코로나 시국. 무관중으로 열린 경기.
베테랑 양현종의 메이저리그 진출. 최형우의 부상. 2군에서 올라오지 못하는 캡틴 나지완.
이의리라는 좌완 루키에게 조명되는 빛.
그에 대비되는 엉망진창 야구.
올림픽, 구설수, 코로나 시국 중 선수들의 행동으로 인해 온갖 사고가 터지고 팬들은 트럭 시위에 나섰다.
나는 매일 야구를 챙겨보았다.
정해진 시간에 매일 열리는 야구 경기를 틀어두면, 우리팀 선수들이 매일 보였다.
그 무렵 나의 위안은 양키즈 전에서 무실점을 하고 내려가는 양현종의 미소였다.
그 뒤로 그가 다시 메이저리그에서 선발로 나온 건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때 지었던 웃음만은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리고 21 기아.
그 무렵에 난 암 판정을 받았고, 첫 번째 수술을 받았다.
이겨도 상관 없고 져도 상관 없다.
그저 우리팀 선수들이 달리는게 좋았고, 점수를 내거나 안타를 치면 더 좋았다.
21기아에 비해 22기아는 좀 더 달라진 모습이었던 것 같다.
최형우가 돌아오고, 양현종도 왔다. 타팀에서 이적한 나성범과 박동원이 중간을 잡아주는 상황에서, 뭐랄까, 어린 애들끼리 주먹구구식으로 하루하루 버텨가는 느낌은 없었다.
그래도 가끔은 내가 야구를 처음으로 전 시즌 다 봤던 21시즌 생각이 난다.
아니, 사실은 자주 생각난다.
말아먹은 시즌이라 한대도 21시즌은 못 잊을 것 같다.
그때 중심 타선을 맡았던 이정훈 선수가 방출 후 롯데 자이언츠로 갔다는 소식을 들었다.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야구는 계속해서 팀 멤버가 바뀐다.
그리고 그건 당연한 일이다. 야구 팬들에겐.
하지만 이별은 언제나 어렵다. 나지완의 은퇴 때 뼈저리게 느꼈다.
처음 야구를 알게 된 12시즌부터, 묘한 집착으로 갸빠가 된 21년, 그리고 올해까지.
이별은 어렵다. 하지만 새로운 선수들이 그 자릴 메워간다.
그것도 하나의 즐거움이겠지.
영원히 움직이지 않길 바라는 건 그저 바람이겠지 하고 생각해본다.
요약 : 21시즌 미화하는 새끼도 다 있네 ㅋㅋ 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