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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와 속죄 - 오미크론 우호도 퀘스트를 마치고카테고리 없음 2023. 5. 2. 02:14
많은 생각이 들었던 퀘스트.
계산의 영역에서 도출해낼 수 없는 결괏값을 마음으로 여기고, 그것을 지표로 삼아 강해져서 돌아가고자 했던 오메가의 여정.
그 여정은 끝에 다다르지 못했다. 대신 오메가는 마스터의 결정이라는 자신을 통제하는 자의 끝을 외면하고 조금 더 탐구해나가는 방향을 선택했다.
뒤나미스는 파판14 세계관에서 가능성을 뜻하는 것 같다. 아마도 오메가의 뒤나미스란 이것일 것이다. 내가 지난 글에서 햄릿을 인용해 이야기했던. 선택을 보류하는 것. 참과 그름을 가르지 않고 그 사이 어딘가 공백에 가능성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죄에 대해 스스로 언급하는 것이 고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파이널 판타지 14는 일본 게임이다. 때문에 그들이 전쟁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든 어떤 논조든 의미가 바래지는 게 사실이었고, 때로는 비난도 많이 받았다. 그렇다면 한 가지 궁금해진다. 죄를 지은 이의 후손, 죄를 지었던 나라의 국민은 언제까지 어떤 방식으로 속죄를 지속해야만 하는가.
현대 정치에서 이런 사안은 첨예한 문제이지만, 게임에서는 이미 멸망한 세계들이기에 쉽게 해결되는 지점이 있다. 오미크론족의 N-7000은 엘리시온에서의 번영을 끝으로 이 시뮬레이션을 마무리하려 했다. 그러나 이것이 속죄이기에, 그리고 가능성이기에 받아들였다.
엘리시온은 죽은 이후에 들어가는 신화 속 성전이다. 울티마 툴레 또한 이미 멸망한 우주 문명들의 재현체일 뿐이다. 그런 그들에게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 그리고 '재현 시뮬레이션' 이라는 가상의 세계를 진실로 만들 수 있는 것.
그것이 누군가가 소망으로 만들어 낸 가능성 속에서 삶을 지속해나가는 일이라면, 이것은 꽤나 괜찮은 시각이고, 어쩌면 제작자들의 역사관을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홍련의 해방자에서 그려내려 했던, 제국주의와 식민지 침략에 대한 이야기는 사실상 실패했다. 속에 담고 있는 뜻이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도마가 가지고 있는 일본풍 문화와 이름들은 우스갯소리 거리가 됐고 뜻은 무너졌다. 그러한 접근은 매우 나이브했고 동시에 실망스러웠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퀘스트를 통해, 만약 이 이야기에 제작진의 역사관이 조금이라도 반영된 것이라면 아마 그들은 나아지기를 바라는 것이리라, 죄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것이리라고 나는 믿어보고 싶다.
오미크론족 우호도 퀘스트를 마치고 얻는 미우 미쉬 탈것은, 마음의 소우주를 읽어내기를 좋아하는 '새로운 생명체'이다. 그것을 의미하듯 빛의 전사는 우주 공간같은 탈것에 우리가 에테르 공간에 불려갈 때와 같은 자세로 서 있다. 인간의 마음이라는 우주 안에서, 수많은 가능성이 죽고 되살아난다. 그러나 잘못하거나 실수한 이에게도 속죄할 방법은 반드시 있다, 반성하고 갱생하면 된다. 다른 방향이 있다... 그렇게 믿는다.
참고로 알파트론 문명 식 작명법에 의하면 N-7000은 NGC 천체의 북아메리카 성운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