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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를 사랑하는 일카테고리 없음 2023. 6. 15. 03:58
독자를 사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좋아하는 밴드의 라이브 영상 댓글에 이와 비슷한 논조의 댓글이 달렸다. 팬을 언제나 존중하고 존경해야하지만, 자신을 대상화하는 존재를 존경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라고.
애석하게도 난 그들의 말을 완전히 이해할 만큼 그 밴드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하지만, 내가 하고 있는 일에서 독자들과의 관계성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그것과 같은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꽤 오랜 기간 글을 써왔다. 작문이라는 것을 시작한 이래, 초등학교 시절부터 내내 짧은 로그부터 시작해 창작 글에 이르기까지 많은 글을 썼다. 내 글은 가끔 특이한 지점에서 팬이 많이 붙었다. 그게 왜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어떤 규칙이 있는 건가 싶어 사주팔자를 열심히 노려보기도 하지만, 도무지 잘 알 수가 없다. 그때부터 내내 내가 겪는 어려움은 독자와의 거리라는 것을 어떻게 유지하는가이다. 독자를 만족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독자와 내가 서로의 기분을 나쁘지 않게 만들며 적당히 사이좋게 지내려면, 내가 그들의 기대를 배반하지 않고 그들이 내가 정한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공존할 수는 없는 걸까. 자주 이런 것에 대해 생각한다.
어떤 이들은 아주 극단적이게도, 독자가 없으면 네가 쓰는 글이 없다거나 네 글에 의미가 없기에 독자를 존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나는 독자 없이도 충분히 글을 쓸 수 있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는 독자나 다른 누구의 마음에 들고 싶어서가 아니다. 나는 글을 쓰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표출하지 않고, 생각을 말하지 않고, 생각나는 문장을 쓰지 않으면 살기 힘들다. 그래서 나는 살아남기 위해서 글을 계속 쓴다. 그러면서 어려운 점은 나와 글 사이의 거리이다. 그것은 정말 어려운 문제다. 때로 어떤 독자들은 나와 내 글 사이의 거리가 너무나 밀접한 것을 깨닫고, 내 글에서 읽어낸 나에 대해 이야기하며 내게 다가온다. 나는 그것이 정말 두렵다. 매번 그랬다. 내가 아닌 내 글을 사랑하는 사람이 나를 사랑하는 듯이 오해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나는... 이런 것이 어렵다. 내 글에 나를 집어넣는 게 징그러운 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그러지 않으면 버티거나 견디기가 어렵다. 얼마 전 (이것도 유투브에서 본 것이긴 하지만)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자신을 아낀다기보다 자신에게 연민을 가지는 일이라는 말을 보았다. 하기야, 내가 나를 존중하지 않는데 내 글을 사랑하는 독자를 어떻게 존중하겠는가. 그래서,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