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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수 갔다왔다
    카테고리 없음 2023. 11. 8. 15:39

    작년에도 겨울 넘어가는 환절기에 생전 안 아프던 곳들이 아팠었는데 (허리나 꼬리뼈 등) 그때는 잠깐 아프다가 낫더니 지금은 별로 나아짐이 없다

    ktx타고 설렁설렁 다녀왔음

    나는 집순이고 내 가족들도 집순이이고 외식도 좋아하지 않아서 대부분의 손 많이 가는 음식을 다 해먹는데

    보통은 관광지에서 밥을 먹는다고 하면 내 경우 밖에서 먹는 밥이니까 새로운 느낌으로 그냥 먹지 친숙하다는 감각은 없다

    여수에서는 왠지 음 집에서 먹던거랑 똑같당 하면서 친숙하게 흡입했다...... 집에서 잘 먹여키운 돼지..가 아니라 인간 입장에선 극찬이었던 것

    게장 먹고 숙소에 갔다

    최근에 식사를 불규칙적으로 대강 했어서 그런가 오랜만에 끼니를 제대로 챙기니까 좀 그랬던 것 같다 그럴 줄 알고 배탈약도 챙겨갔기 때문에 먹고 뜨순물에 씻고 좀 쉬었다

    방에 앉아서 해지는 바다 수평선을 본다는 게 경이롭다고 생각했다

    그런 풍경을 매일 보고 살면 게을러질 것 같다는 이상한 감상도 들었는데 돌이켜보니 지금 살고 있는 내 일상이 제일 게으르지 않은가 라는 생각을 했다

    선어를 시켜먹고 은혼보다가 일찍 졸았다

    밤에 나갔을때는 별이 잘 보였고 바닷바람이 엄청 세게 부는데

    바다 방향이 온통 칠흑이라 정말 무서웠다

    나는 원래도 별을 올려다보면 공포심이 든다

    저 먼 세상에 내가 알지 못하는 + 평생 알지 못할 무언가의 세계가 있고 뭔가 하늘에서 무너져내릴 것 같은 상상도 들고(정확힌 폭삭 주저앉을 것 같음) 무엇보다도 자연을 보고 있으면 나는 정말 작은 존재구나 라는 데에서 오는 엄청난 공포와 기묘한 안도감이 있어서 두렵다... 말하자면 산치가 깎이는 기분이었음 크툴루가 달리 크툴루가 존재하는게 아니었다

    술이 들어가면 더 밝고 자신있어지고 말이 많아지긴 하지만 익숙한 사람과 있을 땐 술없이도 잘 떠들었기땜에 괜찮았다

    아침이 되니까 새벽이 기억 안 날 만큼 바다가 다시 예뻐보여서 당황스러웠다

    점심에 양식집에 가서 해산물 크림 파스타를 먹었는데 특유의 비린맛이 너무 달고 감칠맛있게 느껴졌고 크림이 진해서 맛있었다

    광장에서 멍때리다가 모찌를 사기로 하고 줄을 섰다

    체감상 삼십분 넘게 줄을 서 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비싸기도 해서 처음엔 시큰둥한 기분이었지만 집에 가져가고 싶어서 사봤다

    모찌를 사는 줄에 서서 멍때릴 땐 별 생각 없다가 점점 내 차례가 되니까 메뉴를 고르고 생각하는데에 집중했고 맛이 기대됐다

    점원분이 까먹어서 내 아이스크림 못 받을 뻔했다

    생딸기 아이스크림...

    녹을까봐 급히 위에 딸기부터 먹었는데 차가운 탕후루를 먹는 것처럼 딸기가 부드럽고 아삭하고 달고 새콤했고 아이스크림도 정말 맛있었다......젤라또 같기도 하고... 그렇게 맛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집에 와서 모찌도 먹었는데 미치게 맛있었다 세상에 이럴수가... 근데 검색으로 찾아보니까 다들 달기만하고 평범했다 라고 해서 글쿤 나는 단걸 좋아하지 참 하고 잇엇다

    해질녘에 바람 맞으면서 햇빛아래 앉아서 나는 쓰던 글에 대해 생각했다

    하다가 만 원고인데 주인공이 옛 친구를 만나러 자신의 데뷔구단 연고지 근처에 가는 에피소드가 있었고 그 에피소드가 계속 생각났었다

    아마도 이런 바닷가에서 햇빛 아래서 바람을 맞으면서

    옛날 기억과 멀어진 현실에 대해 그리고 망한 사랑들에 대해 얘기하는 느낌이었을 것이다

    아버지 생각도 했는데 정확힌 친할머니 생각을 했다 임실로 와서 보자고 하셨는데 아마 내가 할머니를 만나러 갈 일은 없을 것 같기도 하지만 무궁화호를 타고 여수에서 임실로 갈 수 있단걸 가만 보고 있다가 서울로 올라오는 기차를 탔다

    광명역에 내리면서 검마의 광명검을 생각했다

    광명역은 아포칼립스에 숨어 살기 매우 좋아보여서 머리로 군부물 한 편 찍으면서 집에 왔다

    여행은 늘 당일치기거나 삼박사일 이박삼일로 가는데 일박이일도 좋았다

    바게트 버거도 맛있었다

    먹은 얘기만 하네 ...

    아 그리고 놀라울 정도로 고양이가 많았고 고양이가 사람을 봐도 안 도망다녀서 신기했었다

    바닷가라서 그런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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