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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g25를 마치고
    카테고리 없음 2024. 1. 12. 20:16

     

     

    엊그제 메인스트림 G25까지 밀었다. (비록 어제 26 업데이트 됐지만...)

    아마 아르카나 나온 뒤 후발자로 진입하지 않았으면 난이도 때문에 몇 번 힘들었을듯.

    메인은 메인대로 하향되고 나는 나대로 별거 안해도 공격력이 높아져서 누칼라비도 베인도 그리 경악스럽지는 않았다... 그냥 마공 1000 간신히 넘기고 깨서 편했을수도 있음...

    스포일러도 있고 사담도 있음...

     

    드디어 G25까지 다 밀고나서, 몇 가지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면 게임 외적인 부분에서다. 22-25 메인스트림에 유독 메타픽션 요소가 많았기 때문에 게임 밖의 유저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마비노기를 처음 시작한 것은 2005년 2월로, 그때 나는 청소년이었다.

    2002년, 판타그램 사의 샤이닝로어를 처음으로 MMORPG를 시작했다. 개발사가 NC로 이전된 뒤의 신샤로도 재밌게 즐겼었다. 그러나 신샤로가 갑자기 서비스를 종료한 이후, 생활 요소가 있는 캐주얼 게임을 찾는 방황을 시작했다. 그때는 누군가가 '샤이닝로어와 비슷한 게임'이라고 말만 해도 무조건 게임을 깔아 봤었다. 이후 씰 온라인을 즐겼지만 유료화 됐고, 그때는 학생이었기 때문에 몇만 원씩 계정비를 낼 자신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학원 지하 서점에서 여느 때와 같이 게임 잡지를 보다가 마비노기의 오픈 베타 소식을 들었다. 그때 기억은 아직도 꽤 선명한데, 달걀을 채집하고 나무를 흔들어 나무열매를 얻을 수 있는 게임이라는 소개 문구가 마음에 쏙 들었다. 그 뒤로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마비노기를 시작했다.

    여신강림 메인스트림이 나오기도 전이었던 것 같다. 시험이 끝난 직후에 7일씩 프리미엄 요금제를 질러 게임을 하고, 다른 때에는 아무 던전에나 들어가 수다로 시간을 때웠다. 그때 10살 곰, 한 방 곰 같은 타이틀은 꽤 얻기 힘들었고 글라스기브넨을 불화살로 잡았다는 후기 같은 것을 구경하는 게 내 취미였다. 게임 시간으로 오전 6시가 되기 전마다 던바튼 광장에서 팔라딘 변신을 하던 사람들도, 키아 던전 보스룸 앞에서 캠프 파이어를 하면서 오전 6시가 지나기를 기다리던 길드 사람들 같은 기억들도 난다. 그러니까, 그때 이상형 퀘스트나 팔라딘 또는 다크나이트가 되는 일. 항마의 로브를 만드는 일... 같은 것은 조작이 미숙하고 간이 작으며(지금도 마찬가지임...라이트닝 체인 없었으면 아무것도 못했을듯) 요금제를 가끔만 지르던 나에게는 꽤 먼 일이었다.

    그게 과연 먼 일이었을까 싶을 수도 있겠지만, 먼 일이었다. 당시의 메인스트림은 불규칙한 속도로 퀘스트가 날아왔다. 프로그램 상으로 정해진 시간이었겠지만, 종일 컴퓨터를 켜두고 멘퀘가 날아오기를 기다리는 것은 컴퓨터 사용이 자유롭지 못한 나 같은 어린 유저에겐 쉬운 일은 아니었다. 높은 난이도나 조잡한 조작감도 한몫했다. 게임은 어려워야 재미있다고? 과연 그게 옳은 일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여전히 마비노기 메인 스트림 이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다.

    유튜브에 올라온 마비노기 메인스트림 BGM이나 트레일러 영상에 매번 달리는 '삼용사 이야기는?' '삼용사 때가 그립다...'라는 댓글을 볼 때마다 공감이 가지 않는 개인적인 이유다.

    마비노기는, 스토리가 늘 궁금했던 게임이었다. 무슨 퀘스트인지,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다. 특유의 깔끔한 일러스트와 문체가 화려한 서술, 감성적인 대사, 아름다운 BGM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이 게임의 메인스트림은 나에게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 마비노기 팀에서도 그걸 세일즈 포인트로 생각했는지는 모르겠으나, 홈페이지에 퀘스트의 모든 텍스트와 공략 및 일지가 올려져 있었던 기억이 나서 아마 누군가가 가이드를 쓰라고 했거나 세일즈 포인트였거나. 둘 중 하나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무료 유저이고 가끔 요금제를 지를 때도 메인스트림을 쉽게 밀지 못하는 나 같은 유저에겐 그냥 게임에 대한 관심을 유지하는 일종의 연료였을 뿐이다. 나쁘게 말하면 나는 게임사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유저였던 것 같다.

    지금이라고 그리 도움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최근에 그리고 아포칼립스 챕터를 밀면서 늘 이것을 생각해왔다. 과연 한 달에 얼마를 질러야 게임사에 도움이 되는 수치일까? 감정적인 질문이라기보단 답을 알고 싶었다. 특히 아포칼립스 챕터에 이르러서는 더욱 그랬는데, 정확하게 궁금했던 것은 이것이다. 과연 메인스트림이 나올 때만 잠깐 복귀해 의장에 돈을 다 쓰고 퀘스트만 겨우 깨고 채팅이나 좀 하다가 끄는 유저는 도움이 안 되는 사람인 것일까? 룩딸+채팅게임으로 게임을 하는 유저와 강해지기 위해 하드 컨텐츠 및 캐시 결제, 현금거래까지 손을 대는 유저는 동시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일까? 아마도 거의 동시에 존재하긴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그런 유저는 별로 필요가 없는 것일까.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냐면, 아포칼립스 챕터의 메인 빌런인 베인은 메타적으로 밀레시안을 인지하는 등장인물이기 때문이다.

     

     

    베인이 밀레시안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이며 설정상 소울스트림으로 전송되어 에린의 삶을 사는, 자기 세계 바깥의 존재라고 인지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여러 텍스트를 가지고 있을 뿐 0과 1로 구성된 데이터이고 정해지지 않은 말은 할 수 없는 npc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베인의 말과 감정 서술은 더 의미심장하게 얽힌다. 프로그램의 에러가 아니라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를 만들고자 직접 적어서 데이터를 넣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아포칼립스 챕터를 플레이하면서는 게임 바깥의 유저에 대한 개발진의 인식을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찌 되었건 이 이야기 안에서 베인은 마치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 게임을 플레이해준 유저에게 감사를 표하는 것 같다. 캐릭터의 유언인 '눈부시다'는 말이 사람들 마음에 계속 남아 생각해보게 만드는 것도 그런 지점에서일 거라고 생각한다.

     

     

     

    게임사 입장에서의 감사, 그리고 긴 이야기 끝에 악당으로 정해진 이의 입장에서 삶을 끝내주었음에 깊이 감사하는 그런 인사 둘 모두로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굳이 베인 rp까지 할 수 있게 해준 건 그걸 통해 말하고 싶은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게임 바깥의 일을 더 의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들은 과연 사람들이 흔히 비난하듯 매일 꼬박꼬박 지르는 유저가 아니고, 메인때만 잠깐 돌아와서 점유율이든 수익이든 크게 늘려주지 않고 연성이나 썰 따위를 무료 sns에서 풀면서 자기 개인 블로그를 통해 수익을 받아먹는 팬에게도 감사할까? 찌질한 오타쿠 유저라도 감사할까? 이 캐릭터의 입으로 굳이 메타 요소로 엮어 유저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건 왜일까? 우리는 한달에 얼마를 쓰고 어떻게 이 게임에 대한 충성심과 애정을 증명해야만 떳떳한 사람이 되는 것일까.

    게임은 어려워야 제맛이라고 가르치고, 랜덤성과 어려운 요소들로 메인스트림을 점철했던 당신들은 왜 이제 와서 우리를 의식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정말로 그 삼용사와 나크 팀장 시절이 그리운 것일까.

    마비노기는 이제야 달걀을 채집하는 걸로 진짜 레벨업을 할 수 있는데.

    대답을 구할 수 없는 질문들이고, 유저들이 사랑하는 캐릭터들은 이 질문에 대해 아무 대답도 해줄 수 없을 것이다.

     

     

    (베네스의 당신의 여행은 즐거웠나요? 파트를 생각했는데 너무 예전 것이라 없어서 이거라도 가져옴;)

     

    미연시와 메타 요소는 이제 그냥 유행인 것 같기도 하고... 비슷한 것들을 여러 번 플레이 해봐도 역시 감동이 있고, 연차가 좀 쌓인 게임에서 시도해야 반응이 온다는 점에선 관록이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어느 쪽을 비난할 생각도 실은 딱히 큰 관심도 없는데, 게임 안에서 듣는 이야기와 게임 바깥에서 서로 던지는 이야기 그리고 간담회 때의 그걸 기억하기 때문에 여러모로 기분이 오묘했던 메인스트림이었다.

    베인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은 다른 글에...

     

    뭐 이런 메타적인 생각들 때문인지 궁금했던 베인은 그렇구나 같은 느낌이었고 타닐리엠의 마지막 편지는 좀 슬프게 느껴졌었다...

     

     

    겜 내적인 이야기...

    베인이 드라마보다 덜 싸가지없고 베인이 g8 g9보단 덜 어려웠음...

    제발 전용아이템 써야하는 기믹 만들지 말아줘라 도플갱어 그 씹년 잡다가 겜 다시 접을 뻔 했자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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