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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버지가 아침저녁으로 연락을 해준다
    카테고리 없음 2022. 9. 21. 04:27

    아버지가 아침저녁으로

    내 안부를 묻는다

    우리 부녀는 2년만에 다시 만났다

    엄마는 아버지의 포터 짐칸에 아버지가 남기고 간 흔적들을 잔뜩 얹고 사라졌다

    추석연휴 첫날

    아버지와 곰탕을 먹고 카페에 갔다

    아버지가 예쁜 카페라면서 자기 작업소 뒤에 있는걸 봤는데 오는 건 처음이랬다

    그루트를 나무로 조각해 주겠다면서 그루트 사진을 찍어갔다

    추석연휴 마지막 날

    아버지를 다시 만났다

    같이 낚시터에 갔다가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돈을 모아서 딸을 입양하고 싶댔더니 아버지는

    천천히 하라고 했다

    뭐든 천천히 하라고

    낚시를 하는 동안 고양이를 열심히 구경했다

    아버지는 내 낚싯대에 떡밥을 아주 잘 뭉쳐서 내게 달아주었다

    짐을 내려놓으러 공장에 가서, 아버지가 자주 듣는 라디오 에서 나오는 트로트를 들으며

    나는 이 시간이 가지 않았으면 해서 그 순간을 동영상으로 몰래 찍었다

    눈물 나게 그리웠다는 걸 이제 인정하게 되었다

    아버지의 회사 동료분들과 회를 먹으면서,

    술에 취한 아버지와 함께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 가서

    아버지가 집에서 나간 뒤(어쩌면 쫓겨난 걸지도) 대리운전을 했다거나 하는 얘기를 들었다

    많이 보고 싶었다

    그냥

    보니까 좋았다 참

    참을 필요가 없었던 것 같기도 하고

    내가 바보라서 그런 가보다 싶기도 하고

    그립다

    내가 아버지를 보지 않기로 한 건 순전히 엄마의 존엄을 위해서였는데

    내가 아버지를 보러 갈 때마다 여전히 외가 사람들은 내게 싸늘하지만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외할머니껜 이혼은 그냥 남녀의 일일 뿐

    나한테는 부모를 잃는 일이라고, 말해두었다

    2년간 없던 부모 자리가 꽉 차서 좋다

    마음이 안정되니까 잠도 오고

    밥도 잘 먹는다

    아빠 덕이다

    좋다

    그래도 사람들은 날 욕할지도 모르겠다

    엄마의 위엄을 지켜주지 않은 딸이라고 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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