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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글쓰기를 직업이 되는 일이라 생각하지 않는다카테고리 없음 2022. 10. 7. 01:04
오랜 옛날부터, 선생들은 글쓰기에 급 나누기를 좋아했던 것 같다
일기가 가장 밑바닥. 소설은 항상 사회를 향해야 한다고 했던가
나는 스스로가 아카데믹한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냥 멍청하고 게으른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안다.
번아웃이라고 부르는 것에 걸렸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정말로 이제는 아무것도 즐겁지가 않다.
아무것도 즐겁지가 않은데, 쓰면서 즐거웠지만 출간하지 못한 글을 이제 출시일을 한 달도 모자라게 남기고서 계속해 고치고 고친다
출판사가 영세해서인지 내가 게을러서인지. 편집은 그냥 내가 한다고 했다
맞춤법만큼은 엄마에게 뒈지게 맞으며 배워서 잘 맞추니까
카톡에 음악을 걸러 들어갔다가 사람들의 바뀐 프로필 사진을 봤다
내가 없는 사진들. 그래, 아마 직장 동료로 그사람들을 봤을 때도 내가 이들의 친구는 아니겠지? 이들의 친구라 부를 인간은 따로 있겠지? 란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나는 작가 작업실을 직장이라고 여겼고 ... 그곳에 나가는 것은 나에게 큰 위안이 되었다.
2시간 30분이 넘게 걸리는 거리를 자주 다닐 수록 몸도 질질 내리끌리고 차비도 늘어난다.
그럼에도 내가 거기 갔던 건, 글을 쓰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는 직장에서 싸웠다.
이유라고 한다면 하찮다. 직장 동료여야 하는 사람들이 직장 동료가 아니라 친구나 이웃처럼 굴었고, 내 애인을 무시해서, 싸웠고, 지금 그들은 서로의 친구다.
이 모든 일들이 지겹게만 느껴진다.
집에서 사람들이 열광할 만한 것을 글로 써내는 일련의 행위가
돈을 벌 수 있는 세상인 건 맞다.
하지만 나는 이게 직업이 되는 일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나와 같은 게으르고 힘없는 사람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러니까 지금까지 평생토록 한량이다.
프리랜서인 나의 일 시간은 그냥 노는 시간이고, 나의 노는 시간도 둘러대는 것에 따라 일 시간이 되고.
다른 사람들은 내가 글이랍시고 내 머릿속을 적어서 낼 때 나보다 좀 더 사회에 도움이 되는 행위를 한다
시간을 맞춰서 출근하고 퇴근하는 일.
다른 사람과 어울려 살아가는 일...
얼마 전 의사에게 아스퍼거 증후군의 치료 방법이 있느냐고 물었는데
그것은 그냥 성격적인 특성이다, 라고만 대답했던 기억이 난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등장인물 같은 사람들은 정신과에 가면 많이 있다.
다만 그들이 해주는 긍정적인 말이 별로 도움이 안 될 뿐이다
이 모든 일들이 지겹게만 느껴진다
번아웃 같은 말로 둘러대기도 싫고 위로받고 싶지도 않다
이게 번아웃이라면...
이게 번아웃이라면 나는 장장 몇년간을 불태워져 가루로 남아 있었단 말인가?
스스로에 대한 혐오감이 들어서 견딜 수가 없다
내가 내 마음에 거울을 비추고 나를 보면 나는 점프 스퀘어로 나올 법한 공포 게임 속 살덩어리로 보인다
꿈틀거리는 피투성이가 된 살덩어리, 맞아서 곤죽이 된 그런 살덩어리.
주먹 몇 대쯤 맞아도 여전히 예쁜 소설 속 주인공들이 아니라 그냥 말 그대로 살덩어리.
이 세계의 맞춤법을 알라고 사람을 뒈지게 팰 바엔 그냥 낳지 말거나 그때 패서 죽여버리지 싶은 생각이 든다
차라리 생각이 없는 어릴 때 죽었으면 쉬웠을 것이다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은 또 내가 쓰레기같은 인간이라며 비웃겠지...
마음껏 비웃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