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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위대한 의미를 담겠다고 글을 쓰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사람은 아마 초보일 것 같다.
그냥, 글을 쓰다보면 문득
의도치 않아도 스스로 십자가를 지는 인물들이 있다.
그래서 어느새 내가 쓰기로 했던 글은 그 인물이 무거움을 지탱하고서 걸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여정이 된다.
말하자면 글은 관찰 일기랄까... 그래서 나는 소설이 좋다. 인물이 없는 글은 상상할 수 없다.
글이라는 것에 원형이 있다면, 그것은 분명 생명력이 덕지덕지 붙어 만들어진, 마치 고치같은, 꿈틀거리는 구체의 형상일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거대한 행성.
우리는 그 궤도에 놓인 이야기 중 하나를 옮겨 적고 받아 적고 말로 말해 전하는 사람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작가가 일종의 영매라고 생각한다.
글쓰기는 점 보는 일과 다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