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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컨텐츠를 소모하는 일이 힘들다카테고리 없음 2022. 10. 26. 01:58
오늘 일기는 제목 그대로의 내용이다. 컨텐츠를 소모하는 일이 힘들다.
다른 사람들이 그분이 와야 글을 쓴다는 말을 하는 빈도의 정도로...
나는 그분이 와야 책을 몰아서 읽을 정도다.
만화를 보는 것도 마찬가지. 영상매체를 듣는 것도 마찬가지다.
아마 약간의 주의력결핍이 따르지 않나 싶다. 그러니까 이건 선택적 주의력 결핍이라고 볼 수 있을까.
한 가지에만 깊이 빠져들고 나머지 내용은 잘 안 보기 때문에
좋아하는 영역에서는 성취 능력이 좋고 좋아하지 않는 영역에서는 그게 상당히 모자라다.
그래서 나는 다른 사람들이 추천하는 작품을 와 볼게요 하고 기억해두고 안보는 것처럼 보일 때가 허다한데..
물론 습관을 들이면 보기야 보겠지만 그 시작을 하기가 정말 어려운 거기 때문에
기만자는 아닌데..사람들이 가끔..이 아니라 자주 기분나빠 할 것 같단 어려움에 시달린다
기억은 하고 있다. 하기가 어려운 것뿐...
영상매체 중에 유투브는 그래도 많이 보지 않냐 한다면..
그건 프리미엄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 나는 유투브를 asmr이나 작업용 브금 용도로 사용한다.
이 말은 곧 잠자거나 작업을 하는 데에 생활소음이 필요한 사람이란 뜻이 된다.
그리고 나는 손이 굉장히 빠른 편이다. (이 손이 빠르다 라는 뜻은 글을 빨리 쓴다 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하느냐 하면...
잘 모르겠다.
그냥 평소에 쓰는 집중력을 한데 몰아서 쓰는 것 같다.
이 집중력을 몰아쓴다는 말은 또 무슨 뜻인가 하면...
집중해야할 때에는 주위에서 폭탄이 터져도 일단 할일은 한다는 거다.
글을 쓴다는 건 곧 굉장히 집중을 해야 하는 단순노동이다.
생각의 전환이 빠른 나는 오히려 주의집중력이 없기 때문에, 생각했던 것이 손쉽게 휘발될까 두려워하고
앞 내용을 적거나 공백을 글자로 채우는 데에 주저가 없다. 주저하면 생각이 날아가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내게 글을 빨리 쓰는 비법이 있다면 무엇이냐 라고 한다면...
타고난 자폐적 두뇌? 빠른 뇌파? 뭐 그런 것에 대해 이야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집중했을 때 나는 화면을 보고 글을 쓰지 않는다.
시야는 계속 모니터 살짝 위를 응시하며 뭐에 쫒기듯이 계속 받아적는데(머릿속에서 내려오는 지침을?), 그래서 내가 글을 강신이나 영매의 영역이라고 말하는 것도 있다.
어느 날은 회사 작업실에서 다른 동료 작가에게 글을 빨리 쓰는 방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달란 대표님 말씀을 듣고 고민했는데...
도저히 어떤 집중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밖에 생각이 안 나서 음악 듣지 말라고 한 적도 있다.
왜냐하면 나의 집중력이나 글에 치중된 스탯은 일종의 장애로부터 오게 된 일이니까 말이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라기보단 그리고 천재나 서번트라는 단어보단 그냥 뭔가 몸의 내구성이 심하게 안 좋은 사람이다.
이런 나에게 굉장한 한 가지에 집중하는 일 그리고 집중하게끔 만드는 일은 사회로부터 오는 괴로움의 일종의 완충이자 스트레스 해소의 영역을 담당한다.
그렇기 때문에 난 글을 안 쓰거나 그런 망상적인 생각을 하지 않으면 약간 미치광이 상태가 돼버린다. 원래도 일상 생활에서 문제가 많던 사람이니까...
그래서 가끔은 집중 혹은 글을 빨리 쓰는 법에 대한 질의응답이 대단히 어쩔 수 없는 영역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좀 무례하다고 생각들 때도 있고..
아무튼 그런데, 위에서 나는 글을 읽거나 만화를 보는 일 영상을 보는 일 모두 컨텐츠 소비라고 느낀다 했다.
그래서 내가 유투브는 봐도 영화는 못보는 거고
그런데 내 직업은 일종의 컨텐츠 제작자이다.
그러면 나는 언제 글을 읽고 언제 무엇을 보아서 영감을 얻는걸까?
그러니까...
일단 나는 지하철에서 이북 읽는걸 굉장히 좋아한다. 하지만 버스에서는 멀미를 한다.
우연히 내가 지하철에서 집중이 아주 잘된다는 걸 깨달은 뒤론 지하철에선 항상 책을 읽고, 버스에선 늘 잠을 자거나 공상을 한다. 공상이 다 날아가더라도 어쨌든 뭔가 생각을 했지 라는 느낌은 남아 있기 때문에 나쁘지 않다...
밀리의 서재 어플을 열심히 쓰고 있고, 유투브 프리미엄에 스포티파이까지 쓴다. 자폐인에게 있어서 음악으로 주위를 차단하는 일이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이다...(초6때부터 이어폰을 종일 끼고 다녔는데 아직 청각에 이상은 없음...) 넷플릭스도 배우자와 함께 쓰고 있다. 난 주로 뭘 보냐면...음... 그냥 좋아하는 걸 계속 돌려 본다. 뭐 딱히 새로운 도전 없다. 누가 추천해주면 뭘 보고, 좋아하는걸 돌려돌려계속 본다. 좋아하는 애니. 좋아하는 다큐의 좋아하는 회차. 좋아하는 음악. 그런걸 무진장 반복한다.
밀리의 서재를 쓰고 좋은 점은 소설 분야가 아니라 다른 분야의 책에 접근이 쉬워졌다는 점이다. 이것도 책을 한 번 다운로드 받으면 무진장 본다. 걍 뒤지게 본다고 생각하면 편하다. 게다가 나는 독서속도가 쓰는 속도만큼 빠르다... 좋아하는 구절은 필사를 한다. 그냥 내 몸에 체화시킨다. 거의 외울 정도로 하는데 실제로 외우냐 하면 그건 잘 모르겠다. 밑줄은 그냥 막 긋는다. 리디북스로 책을 사서 엄청나게 긁는다. 웹소설도 한 번 보면 쿠키를 엄청나게 써가면서 본다...
그렇다면 이런 사람은 대체 어디에서 새로운 소스를 수집하는가... 그것은... 대학교에 다닐 땐 학교에서 강제로 시켜서 교양을 들어야 했기 때문에 별의 별 생각과 지식을 머리에 쏟아부을 수 있었는데 지금은 그걸 바탕으로 뭔가 찾아보거나 생각을 하거나 한다. 의외로 여행에는 별 의미를 두지 않는다. 왜냐면 머리로 공간을 구상하는게 훨씬 재미있기 때문이다. 캐릭터를 만들면 반드시 그 캐릭터만의 방에 대해 상상한다. 내 머릿속에는 수많은 옷과 수많은 인물들이 있고 그들은 또 많은 무대에 선다. 하나하나 그때 그 장면마다 캐릭터의 옷깃 하나하나까지 내 손길이 세심하게 들어가 있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좋다. 그래서 어느 한 장면을 만들어 낼 때는 인물이나 다른 것보다는 공간에 대해서 많이 생각한다. 특히 나에게 중요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다름아닌 빛이다. 빛이 이 장면에서 어느 각도로 들어오고, 그러기 위해 창문이 어디에 나 있는지가 중요하다. 때문에 내 머릿속은 세트장에 가깝고, 사실상 어떤 방이 어떤 방과 이어져있다-의 개념은 굉장히 약한 편이다. 세트장은 내가 생각하기에 단면이고 공간감, 무엇이 무엇과 연결되었다 어떤 방은 어떤 방과 있다 - 이 궁전 전체에는 방이 n개가 있고~ 까지 생각하면 그것은 입체이기 때문에 나는 입체를 생각하는 능력이 대단히 떨어진다. a의 방 b의 방 c의 방 그리고 복도 카메라워크 뭐 심지어 나무계단이나 층계참의 재질 거기 걸린 액자 같은 것도 다 머리 안에 들어 있는데 말이다... 그리고 가끔 머릿속에서 공간의 '구조'는 굉장히 왜곡되고 비틀리며, 내가 구상한 '집'이라고 할 만한 2-3층짜리 공간은 대단히...아주 심각하게 좁고 세로로 기다란 형태를 띠게 된다. 왜냐면 장면을 촬영하는 순간 - 글에 모사하는 순간 순간은 그다지 이어져있지 않기 때문에, 이 방과 이 방 사이에 어떤 재질의 복도가 있고 갑자기 여기에서는 - 간이욕실이 보이고 그 옆에 주인의 방이 있고 까지만 생각해두고, 문 안의 장면은 다른 컷에서 찍으면 되니깐... 말이다. 공간을 이어두라면 이을 수는 있겠지만 그게 인물의 방에 어울리는 재질과 공간에 놓여 있는 색감, 분위기, 가구들의 느낌... 같은 것을 말하고 상상하고 그리는 것보다는 '재미가 없다.' 그냥 딱 이 느낌 정도다. 그래서 난 심즈에서 건축을 못했다. 심즈에서 난... 뭘 했지? 그냥 캐릭터가 움직이는 걸 봤다. 그리고 요리를 무진장 하고 밥을 엄청 먹였다... 목욕을 시켰다. 해가 지는 것을 구경했다. 그 모조세계는 정말 재미있었다. 엄청나게 직관적이고 싸고 쉬운, 영상만들기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
컨텐츠를 소모하는 일 - 영상을 (집중해서) 보거나 끊어지는 웹소설을 쭉 이어 읽거나 웹툰을 보거나 하는 일 (특이하게도 통으로 된 책 한 권이나 아주 긴 내용의 글을 읽는 데에는 별 타격이 없다) 을 어려워하는데 왜 게임을 하는 건 어렵지 않느냐 라고 한다면... 아마도 그게 공간 안에 놓인 인물을 다루는 거라서 그런 것 같다. 0과 1로 이루어진 단면의 세계가(심지어 그림조차도 평평한 종이에다가 그리는 세상인데) 공간감을 이루면서 큰 어색함 없이 사람을 담을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는건 굉장히 멋진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멋진 공간에 데려가지 못한 일을 두고두고 후회하는 어른이 우리집에도 있지만 - 나는 그게 그렇게 큰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어차피 나는 공간의 햇빛이나 그때의 감정 정도밖에 기억하지 못하고 오히려 내 머리에 남는건 딱 나뉘는 공간(아주 극단적으로 말해, 숙소, 커피숍, 레스토랑 같은 장소- 의 구조와 인테리어)이기 때문에... 그냥 머릿속으로 여행을 가는게 더 편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대한 아쉬움은 없음 이라고 볼 수 있겠다.
음...... 그렇다? 그냥 그렇단 거다. 절대 싫어서 안 보는 게 아니라...보기까지 마음을 크게 먹어야 한단 점을 사람들이 알아주면 좋겠다. 걍 그렇다.
어쨌든 그래서 나는 연령대에 따라서 대화하는 사람이 달라짐에 따라(정확힌 대화 하고 싶은) 알고 싶은 것이 달라짐에 따라, 의도적으로 지식들을 우겨넣었는데 20대 중반엔 그게 지리였다. 대강 산맥이나 지명이 어디 있는지를 외워놓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건 꽤 좋은 일이다. 공간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으면 더 상상할 수 있으니 말이지...